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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영화제/제 14회 제주여성영화제

[제주도민일보] 여성, 그 분출하는 역전의 힘!

by JJWFF 2011. 9. 21.

[칼럼]안혜경 / 아트스페이스 C대표

여성들에게는 쓰린 가슴을 위로하는 공감의 시간이면서 현실을 극복해 보겠다는 도전의 용기를 주고 남성들에게는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제 막 펼쳐질 예정이다.

12년 전, 이런 여성영화들을 만나고 제주에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때의 느낌은 처음 비행기를 탔던 초등학교 시절의 그 흥분되고 신기했던 감동만큼이나 대단했다.

사람들은 여성영화가 무엇인지 묻곤 한다. 여자들만 보는 영화인지… 아주 기본적인 예를 든다면, 이상적인 아내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가부장적 시선으로 만들어진다면 그건 우리 사회에서 본받아야할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묘사 될 것이다. 물론 현명한 아내와 엄마를 거부하란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주부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튼실하게 자라는 나무에 풍성한 과실을 맺게 하는 거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칭찬에 “왜 나는 거름이 되어야 하고 내가 나무와 과실이 되면 안되는 걸까… 왜 거름이 되고 있다는 칭찬이 불편하게 느껴질까… 왜 남편에겐 나를 위해 거름이 되라는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품고 있는 여성들의 마음에 카메라를 맞춘다면 그 지점이 바로 여성영화를 구분해주는 기준점이 된다.

여성의 욕망·성 정체성·이주 여성 노동자 및 결혼 이주 여성·결혼 제도·싱글맘·여성 장애인· 여성 자립 등 여성을 둘러싼 일상과 사회적 관계에 대해 여성 자신의 입장에서 관계를 바라보도록 카메라를 고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성영화이다.

그 관계성을 드러내는 방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12년 축적된 여성영화제의 영화들을 통해 감지된다.
 
여전히 불리한 현실 속 상황이지만 그것을 전하거나 의문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그 현실을 다양하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고 극복해나가고 있는 여성들의 다양한 도전이 눈에 띈다.

이주여성노동자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여성에게 먼저 자매애를 보인다거나, 아줌마 가스검침원에 대한 부당한 해고를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보다 문제에 맞서 법적 분쟁에 과감히 도전하고 승소해낸다던지, 씰쭉대는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지만 미용기술로 경제적 자립을 해내면서 불법이민노동자들도 돕는 씩씩하고 명랑하고 따뜻한 이야기!

쾌활 명랑한 애니메이션으로 오랜 관습에 깜찍 발랄한 똥침 한방 날리기! 견고한 결혼제도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제도를 거부하며 동거관계로 가족을 이뤄 살아보려는 젊은 남·녀의 도전기 등 불평등함에 대해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용기 있는 여성들의 삶이 곳곳에 있다.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 지점 속 여성 억압의 현실을 드러내 영화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결과적으로 올해 제주여성영화제에 ‘전쟁과 여성’이란 섹션이 만들어졌다.

무력 분쟁이 벌어지거나 문화적 억압이 심한 곳에서 여성들에게 가중되는 폭압에 대해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 관계들로부터 함구의 억압을 받게 되며 공공연한 비밀에 부쳐지게 된다.

그렇듯 가부장제 사회가 제국주의 군사주의와 만났을 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피해의 심각성은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렵다.

일본을 대상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보상 소송을 벌이는 재일교포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와 군부대의 존재가 과연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는지에 대한 질문과 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와 전쟁 및 다양한 처지의 입양 고아 그리고 군부대 주변 여성들을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의 구조적 문제로 함께 엮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일차 트라우마가 어떻게 변형된 트라우마로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 진지한 감독의 눈빛이 반짝이는 애니메니션이 있다.
 
제12회 제주여성영화제가(9월22일-25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관심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http://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