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과 오늘도 여전히 불안한 사람들
모두들 제각기 제 길을 가지만 난 아직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내 할 수 있을 때 일하는 세상. 내 일한만큼만 받는 세상..’ (연영석-간절히)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일 할 수 있으면 하면 되지 뭘 간절히 원할까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일하던 공간에서 내몰리고 거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다치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거리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간절함을 외면해 버리죠.
2009년의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쌍용 자동차 파업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던 날.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해요.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내 거리에서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잊혀지죠.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잊혀질 뿐,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여전히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복직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복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또 많은 분들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안녕 히어로]입니다. 7년간 쌍용 자동차 해고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그 투쟁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 운동가가 되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나의 어떠한 행동이 내 가족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때가 있죠. 가족의 입장에서 힘든 과정을 감내해야 할 때 그렇죠. 어린 아들은 그 과정을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울음도 없지만 웃음도 없는 현우의 모습과 그 지나친 담담함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복잡한 심정들이 읽혀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불편한 그저 평범하고 싶은 현우가, 스며들듯이 아버지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고 하면 오버일까요? 이 영화를 보시는 당신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합니다.
[빨간 벽돌]과 [가현이들]도 같이 추천해 드립니다. 여성의 노동운동이 궁금하시다면, 노동운동의 선배들의 후일담과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생동감 있게 보여드릴 두 작품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박하]
<시놉시스>
"선생님이 저를 이상한 애로 보지만 않으면 돼요"
그다지 눈에 띄고 싶지 않은 14살 현우는 아빠와 함께, 학교에 제출할 생활기록부의 직업란을 채우기 위해 한참을 고심한다. 해고자? 노동운동가? 사람들이 해고자에 대해 생각하는 선입견에 대해 담담히 말하는 현우는 7년째 결과를 알 수 없는 힘든 여정을 이어가는 아빠가 멋지기도 하지만,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버티는 것 같은 아빠가 답답하기도 하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공권력을 동원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불법과 폭력, 충돌과 울부짖음 속에서 해고노동자들이 ‘같이 살자’고 외치는 동안, 25명의 죽음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또 다른 삶이 이어져간다. 9살의 현우로 시작해서 5년이 지난 14살 현우의 눈에 비친 아빠의 투쟁의 과정. 그것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현우의 모습은, 치열했던 쌍용자동차의 복직 투쟁에 스며있는 평범한 가족의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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