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혼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지독히도 불평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지인 중 한 사람은, 이 제도가 얼마나 불평등한가를 확인하기 위해 명절이면 부부가 서로 상대의 부모님 댁에 갔습니다. 각자 자신의 부모님께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만, 그러면 며느리만 욕먹을 것 같아 일종의 실험을 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친정 부모는 사위가 온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미안해 합니다. 시부모는 며느리만 오고, 아들이 장인 장모님께 간 것에 못마땅해 하죠.
이상하지 않나요? 서로 내 자식과 명절을 맞이하고 싶은 똑같은 부모 마음인데, 누구는 미안하고, 누구는 섭섭한 상황. 저처럼 단순한 뇌 구조로는 이 관계가 상당히 이해가 안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시댁'의 입장에서는 좀 불편한 글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해 주세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의 영화 [B급 며느리]는 며느리로 요구되는 것들에 문제제기를 합니다. 내 아이의 스타일을 왜 가끔 만나는 시어머님께 지적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시동생한테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거죠.
그렇다고, 시어머니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죠. 지극히 일반적인 어머니입니다. 이 사회의 기준으로 봤을 때 평범하지 않은 며느리 때문에, 손자를 보지 못해 애태우는 어머니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단, 시작부터 평등하지 않은 관계로 인해 갈등이 유발되는 구조. 이것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영화의 감독은 남편이자 아들입니다. 감독님께는 실례가 되겠지만, 역시나 남자더군요. 싸움의 당사자이면서, 마치 중재자인 양 거리를 둡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날텐데요.
많은 질문들 준비해 오셔서 열띤 GV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박하]
<시놉시스>
자신이 주부 100단이라고 자부하는 진영은 시어머니와 한바탕하고 나서 추석에 시댁에 가지 않은 완벽한 추석을 보낸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한편, 명절에 오지 않는 아들부부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변명하는 것이 속상한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인다.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 3년 차인 감독 부부는 명절이나 부모님 생일, 할아버지 제사 때도 싸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만나는 곳에서는 언제나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B급 며느리>의 감독은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진영과 자신의 방식을 며느리에게 고집하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진영과 시어머니 사이의 사적인 관계가 결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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